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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 투병일지

#1. 건강검진~수술 전 - 신장에 혹이 있다구요?

by 도오담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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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7일

건강검진을 한 날이다. 35년을 살면서 큰 병치레 없이 살았는데 이 날은 그게 아니었다.

초음파 검사에서 담당자는 유난히 내 복부 초음파를 유심히 봤다. 같은 위치를 말이다.

초음파가 끝나고 나는 담당자에게 '뭐가 있나요?'라고 물었으나, 대답은 '나가서 확인하세요.'가 끝이었다.

내 건강검진 차트를 확인해보니 하단 추가사항에 '복부CT - 신장'이라는 말이 있었다. 신장쪽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불안한 마음이 나를 집어삼켰다. 아니나 다를까 검진이 다 끝나고 나니 간호사가 물었다. CT 한번 찍어야 될 것 같다고.. 바로 찍자고 했다.

CT를 찍는데 조영술로 찍었다. 조영술이란 혈액에 방사성 약품물질을 투입 후 사진을 찍는 부위의 음영을 효과적으로 나타내주기 때문에 확실하게 병변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약간의 불안함은 있었지만 별거 아닐꺼라는 생각이 더 컸다. 신장이면 예전에 결석이 있다고도 했으니 결석이 관찰되지 않았을까 하는?

짧고도 긴 시간이 지나고 영상의학 담당 교수와 면담을 했다.

담당의사가 갑자기 영상을 보여주며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좌측 신장에 18mm 혹이 있다. 혹에는 물혹(양성)도 있고, 지방종(양성), 암(악성)도 있는데 조영술을 통해 보니 물혹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물혹은 CT 사진으로 보면 병변이 아주 깔끔함 - 물로 차있기 때문) 양성인지 악성인지 판단은 되지 않으나 악성일 가능성도 있으니 대학병원으로 빨리 가보시라.'

이게 머선129...........!!

작년까지 건강검진에서는 신장에서 아무것도 발견된게 없는데, 1년만에 갑자기 18mm의 혹이 발견된다고?

멘탈이 한순간에 나가버렸다.

밥생각도 안나고 회사에 그냥 들어와서 팀원들에게 말했다. 혹이 나왔다고.. 대학병원 진료받아보라고..

급히 근처 대학병원 전화했다. 외래 진료를 잡으려니 ㄱㄷㅂㅇ은 한달이나 걸리고 ㄷㅅㅂㅇ은 다음주 월요일에 바로 외래 잡아주었다.

다음날 연차로 금, 토, 일을 정신이 반은 나갔었다.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원망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때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월요일 회사 출근 후 잠깐 병원에 다녀왔다.

ㄷㄱㄷㅅㅂㅇ에 비뇨의학과 교수에게 내 CT사진을 보여주었다. 일단 교수도 양성:악성 비율을 50대 50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이것은 여기서 진료를 볼 수 없고 ㅅㅅㄷㅅㅂㅇ으로 가야된다고 했다.

ㅅㅅㄷㅅㅂㅇ 외래를 잡아주었고 제일 빠른걸로 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다음날 외래를 잡아줘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ㅅㅅㄷㅅㅂㅇ으로 갔다.

마찬가지로 CT 사진 등록하고 외래 진료 들어가서 상담을 했다.

진료 전 사전 문진 먼저했는데 이때 의사는 조금 애매하게 보인다고 했다. 외래 진료에서도 교수가 사진을 보더니 50대 50으로 보이는데 애매하다고 한다. 사진 어디서 찍었냐고 물었는데 ㅂㅇㄷ 건강검진센터에서 찍었다고 했다고 하니 아~~ 그러면서.. 일단 사진상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 피검사, 엑스레이검사, 소변검사, 신장검사, CT 찍고 외래 다시 보자고 했다. 그리고 그 때 수술할지 지켜볼지 결정하자고.. 알았다고 하고 나왔고 바로 피검사, 엑스레이검사, 소변검사하고 회사에 복귀했다.

CT는 그 다음주 화요일인가 수요일쯤에 다시 조영제로 찍었다.

11월 15일 외래 교수가 CT를 보더니 수술해야된다고 말했다. 그렇구나.. 수술날짜는 12월 19일 있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11월 28일 한건 취소된거 있지 않냐고 간호사에게 물으니 간호사가 취소된거 있다고.. 11월 28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차피 해야되면 빨리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왜 이런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이날로 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 없이 말하긴 했다.

지나고나서 복기해보니 참 짧았던 시간 같은데.. 나에게는 엄청나게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

신장은 증상이 없다고 한다. 증상이 있다면 이미 많이 늦었다는 것.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발견해서 병원을 오며, 나이대는 50~70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나는??

원인은 불명확하나 흡연, 비만, 고혈압 등이 있다. 나는??

운이 없다.

아주 운이 없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2022년의 액땜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이를 기회로 몸도 잘 챙기고 더 건강하게 살아가라고 하늘이 주는 선물이겠지?

힘들다.

하지만 이겨내야지.

나는 한 가정의 기둥이고, 남편이고, 곧 아빠가 될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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