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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 투병일지

#2. 신장암 로봇수술 후기

by 도오담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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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에서 좌측 신장 혹발견(2.5cm)하고 2022.11.28 월요일 수술 후 회복중이다.

 

수술은 대구에 있는 ㅅㅅㄷㅅㅂㅇ에서 했다. 대구사람이라면 다 아는 병원!

서울에 가서 하는게 어떠냐고 주위에서 조언해줬지만 개인적으로 혹도 크지 않고 추후 검사시 계속 왔다갔다 해야되기 때문에 내가 살고있는 지역으로 정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일요일(수술 전날) - 오후 2시반쯤 입원했고 CT,  X-ray, 신장 검사는 미리했었기에 팔에 정맥 바늘 꼽고, 제모, 관장하고 하루를 보냈다. 입원 당일 수술 일정을 알려줬는데 8시 첫타임 수술이었다. 다행이었다. (이날 2022년 월드컵 한국 대 가나전이 있었기 때문)

 

이 날 제모가 정말 치욕스러웠다. 여러 수술 후기를 읽어봤는데 배꼽주위만 하는줄 알았다. 그런데... 중요부위와 그 주변도 제모를 해서... 영혼이 밖으로 나갔다. 내 거시기를 남에게 맡기다니.. 

 

관장도 내가 하는 줄 알았는데 남자 선생님께서 직접 넣어주셨다. 2차 멘탈 붕괴.. 관장이 좀 아플 줄 알았는데 아프진 않았다. 스무스하게 잘 들어감^^

 

월요일(수술 당일)

7시반에 수술실 들어가서 11시반쯤 병실로 왔다. 살면서 처음 보고 느끼는 수술실.. 수술실에 누우면 그렇게 춥다던데 나는 별로 안추웠다. 수술실도 사람들이 일하는 하나의 장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취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나는 심장이 떨려 죽겠는데 어제 있었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며 웃는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긴장이 조금 풀린듯^^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덜깨서 기억이 중간중간 끊겨있다. 일단 마취깼을때 아픈기억만 있다. 간호사가 계속 심호흡 열심히 하라고 했다. 진통제 빨리 놔달라고 했고 진통제 맞으니 조금 괜찮아 졌다.

 

나는 수술 부위보다 목이 많이 따갑고 아팠다. 간호사가 마취깨면 물마셔도 된다고 나랑 보호자한테 말했다는데 기억이 없다. 수술 후기 글을 많이 봤던 터라 수술 당일 물은 못마시는 줄 알았다. 또 간호사는 2시간만 호흡하라고 했는데 나는 4시간이나 깨서 심호흡을 했다. 이것도 수술 후기 글보고 그냥 했다. 심호흡은 전신마취시 인공호흡 때문에 폐가 수축되서 다시 펴주기 위해 아주 열심히 해야하는 운동이다. 그냥 생각없이 한 것 같다. 지나고 나니 아픈것도 모르겠고 4시간만 버티자하면서 그냥 한듯..

 

첫날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가나전? 못봤다. 아파서 못본다. 자다깨다 자다깨다 무한 반복했다.

 

1cm 상처 3개, 3cm 상처 1개(혹 꺼낸 부위) 이렇게 총 4개의 상처가 배에 생겼다. 그리고 소변줄과 배액관까지 주렁주렁이다. 

 

화요일(수술 + 1일) 

수술한게 맞나? 하루 밤 지나니 통증이 엄청나게 줄었다. 진통제는 오전까지 맞고 그 이후에는 안아파서 달라고 안했다. 소변상태 양호, 배액관 상태 양호, 피검사 수치 양호하다고 한다. 소변줄 빼자고 해서 오전 11시쯤 뺐다. 소변줄 뺄때 아프진 않은데 느낌이 아주 구리다. 요도에서 뭔가 쭉 뽑히는데 느낌이 아주... 구리다.

 

소변줄 빼고 바로 운동하라고 했다. 일어설때 수술부위가 엄청 당기는데 요령껏 잘 일어나야한다. 옆으로 누워서 팔에 힘을 주며 복근과 수술 부위에는 힘이 최대한 안들어가게 일어난다. 보호자의 부축을 받으면 좋다! 

 

담당 간호사가 많이 걷는게 좋다고 해서 걸었는데 처음에 일어나서 걸으니 어지럽고 식은땀이나서 병동 반바퀴만 걷고 다시 누웠다.

 

점심부터는 미음이 나와서 먹었고 맛이 없어서 반만 먹었다. 저녁도 미음이 나왔다.

 

저녁을 먹고 다시 컨디션이 괜찮아져서 걸었다. 최대한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 가스도 점점 차서 빨리 빼고 싶었다. 아직 불편한 점은 별로 없는데 배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가스 차면 배에서 나는 소리 아시죠?)

 

느낀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진다는 것이다. 내가 회복력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수요일(수술+2일)

통잠은 무리다. 통증은 없지만 자주자주 깬다. 일단 병원 침대가 아주 불편하다. 새벽에 깼는데 가스가 나오려는것 같아서  혼자 운동했다. 1시간정도 한듯? 하지만 가스는 안나왔다.

 

아침에도 미음을 먹었다. 역시나 맛없어서 남겼다.

 

오전 10시쯤 배액관을 제거했다. 배액관을 제거하니 일어날 때, 걸을 떄 당기고 불편함을 느꼈던게  거의 사라졌다. 배액관이 불편함의 원인이었다. 배액관을 빼니 걷는 속도도 빨라지고 움직임이 많이 편했다. 배액관을 제거할 때 아프지는 않다. 하지만 엄청나게 이상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옆구리에서 고무관을 뽑는데 이게 뽑힐 때 느낌이 아주 구리다.. 배액관 뺄때 주치의 선생님이 상태 좋으면 내일도 퇴원 가능 할 것 같다고 했다. 기분 업!

 

미음이 계속 맛없어서 못먹겠다고 하니  간호사가 점심부터 죽으로 바꿔줬다. 죽이 이렇게 맛있었나? 다 먹진 못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이제 환자가 아닌 것 같다. 운동하면서 TV 보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시간이 엄청 안간다.. 정말 다 나은 사람 같다 ㅋㅋ

 

어제도 그렇고 저녁마다 열이 오른다. 37.9도인데 미열이라고 한다. 38도 넘어가야 해열제 처방해준다고? 그럼 어제는 38도가 넘어서 새벽에 해열제를 맞았나보다. 한 3시간 누워있으니 열은 점점내려갔다. 열나면 퇴원 못할수도 있다고 해서 얼마나 아찔했는지 모르겠다. 제발 떨어지라고 빌었던 것 같다. 심호흡 엄청 열심히 하면서 ㅋㅋ

 

담당 교수는 수술 부위 염증때문에 열이 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진짜 수술한 환자긴 환자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목요일(수술+3일, 퇴원)

퇴원이다. 대학병원의 아침은 거의 6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5시에 올 때도 있었다. 6시 되면 밖이 약간 시끌벅적하다. 혈압, 체온 체크를 모든 입원 환자를 돌아다니며 측정하는 것 같다. 밤새 증상도 확인한다. 나는 5시에 깼는데 그때 혈압이랑 체온을 쟀었다. 그리고 잠자기도 불편하고 걷기 운동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7시쯤 일반식이 나왔다. 죽도 맛있었는데 일반식은 더 맛있다! 정말 남들 다 먹는 그 밥에 그 나물이 이렇게나 소중한 것인지 처음 알았다. 

 

밥먹고 간호사가 와서 수액바늘 제거하면서 오늘 퇴원일정을 알려주었다. 아직 퇴원 절차 진행중이라서 연락오면 퇴원가능하다고 했다. 수액바늘 빼서 몸에 붙어 있는 바늘이 완전 사라졌다. 일반인이 된 것이다 ㅋㅋ 바로 짐싸기 시작했다. 밖에 나간다는 생각하니 수술부위도 하나도 안아픈것 같다. 

 

퇴원은 10시 반쯤 했다. 동생 차타고 집으로 갔는데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릴 때 수술부위가 불편하다. 신장을 잡고 약하게 흔드는 느낌인데 아프진 않고 불편하다. 이 불편함이 조금 지속될 거라는 말은 들었다. 집에서 잘 회복해야지!!

 

생각정리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 혹을 발견하고 수술까지 1달 걸렸다. 짧지만 긴시간이었다. 정말 나에게 왜 이런일이 일어날까?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일도 손에 안잡히고 엄청나게 우울했다. 와이프도 임신중이고 조산기가 있어서 표현도 못하고 속앓이만 했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다. 결국 수술하고 회복까지 했다.

 

인터넷으로 수술후기를 많이 봤다. 거의 모든 후기를 찾아 본 것 같다. 후기를 읽으며 수술직전까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다 똑같은 말이다. 가장 궁금한게 많이 아픈가였다. 어떤 사람은 견딜만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정말 많이 아프다라고 했다. 아픈 것 그게 가장 두려웠다.

 

통증의 정도를 정리 해보자. 

 

먼저 나의 스펙부터..  30대이고 과체중(74kg)이며, 기저 질환 없음, 역류성 식도염, 지방간 있음, 운동도 안하는 편, 각종 검사 수치상 이상 없음.

 

수술 직후에는 마취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아프긴 아팠다. 그런데 못참을 정도 아니었고 진통제 놔주는 순간부터 통증은 설사로 배아픈 느낌 딱 이정도였다. 정말 참을만 했다. 똑같은 자세로 허리가 더 아팠던 것 같다 ㅋㅋ 그런데 허리도 다음날 부터는 괜찮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계속 같은자세로 누워있었는데..

 

아무튼 참을만 하다는 것!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술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다. 수술 직전까지 머리 속에는 온갖 상상이 마인드맵처럼 펼처진다. 혹시 죽을까? 마취했는데 깨면 어쩌지? 등등 

 

이 후기를 읽고 있는 사람이면 다 똑같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해도 나와 똑같이 상상하고 두려울 것이다. 수술하기 직전까지.. 그래서 그냥 즐겨야 된다. 그 모든 과정을!! 그리고 수술하고 눈을 딱뜨면 깨닫는다. 아! 별거 아니였네 ㅋㅋㅋ

 

수술 정말 별거 아니다.

 

그런데 수술 후 건강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래야 다시 수술 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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